욕망의 까르보나라
갑자기 숨이 막혔다.
출근한 지 1시간 만이다.
점심만 먹고 퇴근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일로 오후 부재를 통보하고 그대로 회사를 나왔다.
돌아오면서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오늘 같은 날은 흔치 않을 테니, 새롭고 익숙하면서도 자극적이고 맛있는 걸 먹어야 된다. 장 보는 건 귀찮으니 집에 있는 재료들로 적당히 만들 수 있는 걸로. 냉동실에 얼려진 베이컨이 가득 있는데 우선 베이컨을 쓰자. 계란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러면 오늘 저녁은
까르보나라 파스타
로 결정.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만드는 영상은 많이 봤으니까 만들 수 있다. 치즈는 없으니까 사야되고, 먹다 남은 파스타면이 있긴 하지만… 새로웠으면 하니 한 번도 사보지 않은 파스타를 사야겠다.
갈린 파마산 치즈와 리가토니면을 배달시켰다.
[재료]
- 파스타면 (리가토니)
- 베이컨
- 마늘 조금
- 계란 2개
- 치즈 (갈린 파마산 치즈)
- 소금, 후추
오늘은 알덴테로 먹어보고 싶은 날이다. 12분 삶으라고 되어 있으나 팬에서 살짝 볶을테니 11분만 삶는다.

면을 삶으면서 재료 준비를 한다.
면의 양을 결정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끓는 물에 적당히 면을 꺼내서 넣는다. 면에 간이 배어야 맛있으니 소금도 조금 넣는다.
마늘은 얇게 편 썰고, 베이컨을 잘게 썰어서 기름 조금 넣고 베이컨이 바삭해질 때까지 볶는다.

면이 익길 기다리는 동안 팬에 불은 꺼두고 소스를 준비한다.
계란 2개의 노른자를 분리한다.
치즈를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라서 많이 넣었다. 치즈는 많을수록 맛있으니까. 까르보나라가 느끼할 수 있으니 후추도 치즈만큼 많이 넣는다.
넣고 보니 치즈랑 후추가 좀 많이 들어간 느낌이 든다. 매콤하고 치즈가 씹히는 까르보나라가 될 것 같다.

11분 타이머가 다 되면 면 삶는 냄비의 불은 끄고, 베이컨과 마늘을 볶았던 팬의 불은 다시 켠다.
면을 팬에 넣고 2분 정도 볶아준다.

아까 만든 소스에 면수를 조금 부어서 저어준다. 계란이 익지 않게 조금씩 넣어야 된다.
팬에 볶은 면과 베이컨을 소스를 담은 그릇에 넣고 계속 저어준다. 면에 소스가 달라붙을 때까지 젓가락으로 저어준다.
노른자를 분리하고 남은 흰자는 버리기 아까우니까, 베이컨과 면을 볶았던 팬에 부어서 오믈렛처럼 만들었다.

비주얼은 그럴듯해 보인다.
치즈와 계란 노른자의 고소한 맛, 베이컨의 짜고 강한 훈연향, 후추의 매콤한 향이 어우러져서 그럭저럭 맛있다.
치즈와 베이컨, 후추를 많이 넣어서 덩어리 진 부분이 많은 점은 아쉬웠다. 크림소스처럼 면에 소스가 달라붙은 까르보나라를 생각했었는데. 다음에는 치즈도 베이컨도 후추도 욕심내지 않고 적당히 넣어야겠다.

후식은 체리와 천도복숭아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