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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movie

유 피플 ( YOU PEOPLE) - 2023, Netflix

by yellowmango 2023. 1. 30.

  <유 피플 (YOU PEOPLE) >은 유대인 백인 가정의 남자와 흑인 여자의 결혼 과정에 대해 다룬다. 이 영화의 스토리와 전개는 나에게 다소 따분한 부분이 있어 1.2배속으로 보면서 지루한 부분은 건너뛰면서 보긴 했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여러 장면과 인물의 대사를 통해 현재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미국 사회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유대인 백인 가정(모든 백인들이 기득권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e.g. White Trash )은 미국 사회의 주류이자 기득권 세력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 반면 흑인 집단은 기득권과는 거리가 먼 집단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이 인식과 연관된 부분이 핵심일 것이다.

 

  유대인 백인 가정 남자의 어머니는 흑인 여자를 며느리로 맞이하면 전통적인 백인 유대인 가정에서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쿨한' 가정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신나 한다. 그리고 흑인 예비 며느리가 자신의 집에 방문했을 때 뜬금없이 'Black Lives Matter'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려고도 했다. 또한 흑인 예비 며느리와 함께 네일 케어를 받으러 갔는데, 프런트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직원이 자신과 예비 며느리를 세워두고 뒤늦게 온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걸 보자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고 직원에게 항의한다. 하지만 뒤늦게 온 사람은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였고 그와 예비 며느리를 세워둔 것은 단순히 전화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 남자의 어머니의 행동으로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이 '흑인'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흑인 가정의 아버지는 처음에 유대인 백인 남자를 좋게 보지 않았다. 유대인 백인 가정에서 자란 남자가 흑인 사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백인 장인어른은 평생 흑인인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그의 딸이 유대인 백인 남자와 가정을 이루는 데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흑인들은 그들 조차 스스로를 '흑인'으로 먼저 인식하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를 보면서 칸예 웨스트가 계속 생각났다. 얼마 전, 칸예는 유대인이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이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막고 있다 주장했고, 미국의 모든 역사 수업에서 흑인을 노예였던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어 흑인들은 기득권 집단인 백인들로부터 핍박받고 차별받았던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그가 정확히 무엇을 전하고 싶어 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칸예는 미국 사회를 이루는 기득권 세력의 존재와 흑인들이 지금까지도 노예였던 피해자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이 영화와 칸예를 통해 유대인 백인, 흑인과 관련된 갈등이 미국 사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갈등이라고 생각했다.

 

https://youtu.be/og4FeCWoOKo

칸예 웨스트의 발언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우키팝)

 

  수많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과거의 지식으로부터 도출된 편견은 생명체의 생존을 유리하게 해 준다. 만약 조선시대에 호랑이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동물로 편견 없이 인식했다면 그 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 낮아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만들어진 편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행동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한가? 인간들이 늑대는 위험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의 생활공간에 접근하는 늑대를 모조리 죽였다면, 인간이 늑대에서 분화된 개로부터 생존상의 이익(사냥 또는 목축에 사용되는 노동력, 가죽, 고기 등)을 얻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야생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편견은 개인의 입장에서 많은 위험과 갈등을 피하도록 도와주지만 더 나은 미래를 발목잡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두 가정이 가진 편견으로 두 남녀의 결혼이 취소되었다면, 이 편견은 서로 다른 가정이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을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는 동시에 두 가정의 사람들이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기회를 막았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역사적 기록으로 만들어진 편견을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심오하다.

  

  역사적 사실로 인해 만들어진 어떤 집단에 대한 편견으로 몇 가지 사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본에 대한 추상적인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군대 맞후임, 제주 4.3 사건으로 육지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는 제주도 어르신들 이야기를 해준 제주도 친구... . 사람들이 가진 편견 중에서는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편견과 더 발전적인 미래를 막고 있는 편견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를 지켜주는 편견들이 다음 단계의 미래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계속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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